이 책의 원 제목은 이다. 우리말로 하면 '불가피한' 정도로 해석된다. 때가 되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필연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을 존엄한 방법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조력자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이러한 주제로 탐사취재를 하게 된 것은 라는 책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과의 줄다리기가 예견되어 있다. 책의 첫 도입부에서부터 멕시코로부터 불법으로 약을 반입한 70대 할머니 베티의 사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미국의 사례가 주로 인용되는데, 특히 오리건주 존엄사법을 예시로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말기질환을 앓고 살날이 6개월보다 짧다고 예상되어야 존엄사를 요구할 자격이 생긴다는데, 만약 만성질환을 앓아 고통받지만 시..
기린의 심장 - 이상욱 제겐 낯선 작가, 이상욱의 소설집 입니다. 교유서가에서 가제본으로 받아 읽어 봅니다. 표제작인 포함하여 9편의 중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펼쳐 보는데, 첫 작품 부터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충격입니다. 식인외계인들과 정치적으로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은 지구는 이른바 사회적으로 낙오된 부류의 인간 중 희생자를 선정하여 식재료로 바칩니다. 그 식재료인 인간을 조달하는 일을 처음 맡은 (이혼남) 대수는 등록금을 필요로 하는 외동딸을 위해 한 고등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용천을 추천(?)받게 됩니다. 처음 맡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가운데, 딸과 동갑내기인 용천의 시를 읽어보면서 결국 (먼저 불치병으로 죽은 아내를 따라) 심경의 변화를 ..
여전히 그 정체가 궁금한 작가 듀나. 이번엔 2010년 동명의 단편소설을 10여년만에 장편소설로 선보인다. 이야기 구조는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미래 태양계와 성간우주를 연결하는 통로로 설정된 '궤도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거대 다국적기업과 해방전선간의 대결이 주요 스토리다. 그렇지만 단순한 SF 스페이스 오디세이류에 머무르지 않는다. '웜'(전뇌電腦)을 뇌에 이식 받고, 그 의식(기억)이 공유(또는 조정)된다는 설정이 오시이 마모루의 와 인형사(人形使)를 떠올리게 한다. 정신과 육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하나인가 둘인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자유의지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기계의 통제를 받는 대로 그 안에서 그것이 현실인양 살고 있는 - 물론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는 소모성 자원임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