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문학동네, 2024)성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같은 또래 청소년 셋 - 지우, 채운, 소리 - 이 각자 화자가 되어 이런 저런 조합으로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가 전개 되는 방식이라 여느 성장 소설의 패턴처럼 아주 낯설진 않지만 나름 흡입력이 있습니다. 화자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우는 어릴적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향적인 그는 그림그리기에서 해방감과 동시에 위안을 얻습니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을. 그러다보면 자신도 그 과정에서 뭔가 답을 알게 될 것 같았다. 혹은 다른 질문을 발견하거나.“ (77쪽, 전자책)“지우는 만화 속 ‘칸’이 때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네모난 울타리처럼 여겨졌다. 둥글고 무분별한 포옹이 아닌 ..
김기태 지음, 문학동네12월은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시절이네요. 마음과 생각 공간이 안팎으로 꽉 차 있습니다. 그래도 이 달의 발제독서 책이 선호하는 문학 장르에다 소설집이라 그나마 틈틈이 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김기태 작가는 올해 문학동네 의 수록작 “보편 교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다소 현학적인 소재를 주인공처럼 덤덤히 묘사하고 있는 게 동시대의 니즈를 관통하는 영리한 작가구나 싶었죠. 우연히 본 작가의 사진이 장강명 작가와 닮아 있었는데, 기자 출신의 장강명 작가와 언론학부를 졸업한 김기태 작가가 또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총 9편의 수록작들 하나 하나가 독특했습니다.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요. 물론 개인 취향으로 보면 서사가 풍부한 호흡의 작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내겐 ..

지난 성탄절과 연말연시, 남들처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괜찮은 원서 책 하나라도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부담 없는 걸로 하나 고른 책이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의《Small Things Like These》(Faber & Faber, 2021)이었어요. 책 제목처럼 110쪽(전자책 70쪽) 분량의 비교적 작은 책이었는데 새해맞이 독서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As good as it gets)’였어요. 내가 빌 펄롱 Bill Furlong 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덕분에 가족과 가장, 종교, 사랑,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등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재뿐만 아니라 아래 부커상(Booker Prize) 심사평처럼 형식미와 간결한 문체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