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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탄절과 연말연시, 남들처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괜찮은 원서 책 하나라도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부담 없는 걸로 하나 고른 책이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Small Things Like These(Faber & Faber, 2021)이었어요. 책 제목처럼 110(전자책 70) 분량의 비교적 작은 책이었는데 새해맞이 독서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As good as it gets)’였어요.

 

내가 빌 펄롱 Bill Furlong 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덕분에 가족과 가장, 종교, 사랑,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 등 삶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재뿐만 아니라 아래 부커상(Booker Prize) 심사평처럼 형식미와 간결한 문체 역시 좋았었어요. 보통 책을 두 번 연속으로 읽지는 않는데, 이 작품은 재독을 하게 되었어요.

 

‘A story of quiet bravery, set in an Irish community in denial of its central secret. Beautiful, clear, economic writing and an elegant structure dense with moral themes.’

- The 2022 judges on Small Things Like These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영상도 참고하면 좋아요.

https://youtu.be/iPqD-Aykgns?si=K1OxdrkyOjSmwEZg

 

215일 개막하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가 제작과 주연 한 동명의 영화도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군요아일랜드의 작가 클레어 키건을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고, 영화맡겨진 소녀로 먼저 국내에 소개되었던Foster와 첫 단편집 Antarctica등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부담 없는 분량들이라 모두 읽어 보려 해요.

 

빌 펄롱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Small Things Like These의 마지막 문단을 원서와 국내 번역본 이처럼 사소한 것들(홍한별 옮김, 다산책방, 2023)로 같이 공유해 봅니다

 

The worst was yet to come, he knew. Already he could feel a world of trouble waiting for him behind the next door, but the worst that could have happened was also already behind him; the thing not done, which could have been - which he would have had to live with for the rest of his life. Whatever suffering he was now to meet was a long way from what the girl at his side had already endured, and might yet surpass. Climbing the street towards his own front door with the barefooted girl and the box of shoes, his fear more than outweighed every other feeling but in his foolish heart he not only hoped but legitimately believed that they would manage.(p.110)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p.121)

 

그리고 믿고 읽는 번역가 홍한별 작가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북토크 후기도 내용이 좋아 공유합니다.

https://blog.naver.com/100days_journey/22331996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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