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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libros 2019. 7. 11. 21:50

<군주론(君主論, Il Principe(The Prince)>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음직하나 대부분은 읽지 않는 다른 고전들처럼 이 책 역시 정치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나 일부 유명한 구절만 알려져 인용되는 정도의 상식을 나 역시 그동안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역자 신복룡교수는 정치외교학자로서 1978년 을유문화사에서 이 책을 처음 번역출간한 이래 이번이 네번째 개정판이자 그의 생애 마지막 개정판이 될듯하다고 소회를 밝힙니다. 

 

통일국가 이탈리아 이전의 도시국가 시절 15세기말~16세기초 피렌체의 정치철학자이자 관료(외교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통일국가 이탈리아를 꿈꾸며 메디치가의 군주에게 이 책을 헌정하였다 합니다. 

저자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총 26장으로 구성하고 그리 길지 않은 서간문(편지)체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따라서 헌정받은 독자가 이해하는데는 크게 어렵지 않을듯 합니다. 아마도 피렌체를 통치하는 권력자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Lorenzo di Piero de' Medici)에게 헌정하기에 권력자가 알기 쉽게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책은 통치권에 따른 국가의 형태를 공화국과 군주국으로 우선 나누고 있습니다. '군주론'이란 책의 제목과 같이 군주국에 초점을 맞춰 그 통치권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군주국은 다시 세습 국가와 신생 국가로 나누어 집니다. 세습 군주국가가 여러모로 잇점이 많습니다. 밀라노를 정복했던 프랑스의 루이12세의 예를 들어 새로 정복한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피력하죠. 다만 여기도 예외는 있어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가 정복한 다리우스 왕국이 그의 사후에도 줄곧 그의 후계자들에게 충성을 다한 이유가 튀르크왕국처럼 그들이 정복한 영토의 성격이 다름을 알고 철저하게 그 왕국의 통치권을 자기 수중에 넣었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군주가 절대권력(통치권)을 갖는 국가는, 정복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그 왕가를 멸족할 수 있다면 그것을 유지하기는 비교적 쉽다는 것입니다. 후환을 남기면 안되다는 것이겠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합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그리고 통치권에 따른 국가형태의 또 하나, 군주국이 아닌 자유로운 공화국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향후 이탈리아 통일을 꿈꾸던 마키아벨리가 볼때 군주에게 굉장히 힘든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 체사레 보르자(발렌티노 대공) 예 입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신생왕국 실험은 새로운 군주국의 군주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여러가지 실천사례를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 열 한가지 군주의 처신 중 '폭력을 쓰든 기만을 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리할 것', '자기를 해칠 수 있는 힘을 가졌거나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 사람들을 숙청할 것', '가혹하고 인자할 것' 등 역시 후환을 남기지 않는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치권자인 군주와 군대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분신'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국가야 헌법에서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하지만, 절대권력권자인 군주가 통치하는 군주국가에서는 그 힘은 군대(무력)으로 유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래도 군주의 자질이 무력에 의존한 잔인함 보다는 자비롭다는 인상을 받도록 노력함은 게을리 할 수 없겠죠.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Hannibal)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다섯 가지 덕망을 강조합니다. 인자, 신실, 인간적, 정직, 종교적이 그것이죠. 실제 그렇든 아니든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보이도록 인상을 갖추는 것'이 군주에겐 중요하다는 것 입니다. 

무릇 군주는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고 비범한 모범을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서 저자의 살짝 간지러운 아첨같은 띄워주기가 엿보입니다. 아무래도 군주에게 헌정하는 목적에 맞게 각색이 될 수 밖게 없겠죠. 

 

그리고 군주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심복과 아첨꾼을 구별해야 겠죠. 인사가 만사입니다.

이탈리아의 군주가 국권을 잃은 이유는 물론 예상한 대로 마키아벨리식 '군주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의 '군주론'에서 강조한 것들만 제대로 따르면 지속가능한 군주의 권력은 물론이고 나아가 통일 이탈리아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낙관적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그가 군주정보단 공화정 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만 놓고 보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그 방점을 찍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체제는 그 다음이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한 번 작심하고 메디치가문의 권력자를 띄워 줍니다. 

'이탈리아의 구세주'를 만난 지금,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합니다. 메디치의 후원 아래 있던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다음과 같은 시구를 인용하며 그의 소원을 빕니다. 

 

덕이 있는 자는 폭군에 항거하리니

싸움은 쉬 끝나리로다.

이탈리아인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옛 기백이 용솟음치기에.

Then virtue shall engage

And swiftly vanquish bargarous rage,

Proving that ancient and heroic pride

In true Italian hearts has never died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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