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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Sapiens)

libros 2019. 5. 9. 10:06

'사피엔스(Sapiens)'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말이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하면, 우리 인류의 직계 조상쯤이라고 하는 상식 정도는 누구나 알 것이다.

어릴적 기억에 집에 백과사전 같은 것이 몇 가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육상동물, 바다동물, 곤충 등등을 마치 예전 <LIFE>라는 외국 사진잡지 처럼 정말 실감나게 큰 사진들로 가득 채워진 그런 사진 백과사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중 내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원시인(?)들이 나오는 '인류의 진화' 같은 테마의 사진집(책)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사진이야 이른바 원시인의 두개골이나 뼈를 찍은 것이었고, 나머지는 상상화 그림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직립보행'하면 떠오르는 '원숭이(침팬지)'에서 '현생인류'로 변신하는 그런 그림들도 빠지지 않았었다.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꼬리 없는 원숭이)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모든 침팬지의 조상이,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알라딘 e-book, 36/1,370쪽)

 

이제 그 시절도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나는 이 정도의 상식에서 더 이상 '진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인류학이나 고고학, 아님 문명사 같은 분야에 대한 내 지식 수준은 딱 그 정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심형래라는 개그맨이 한동안 어린이영화감독이 되어 영구 시리즈나 원시인 시리즈 같은 다소 유치한 영화를 만든적이 있는데, '우가우가' 울부짖던 그 원시인이 어쩌면 '사피엔스'가 인지혁명을 통해 언어를 알게 되기 전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사피엔스란 인류의 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우선권(priorities)을 갖게 되었는지를 빅 히스토리(Big History)적 역사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사피엔스의 빅 히스토리는 세 번의 혁명과 세 가지 통합(경제, 정치, 종교)의 과였으로 정리된다. 

 I. 인지혁명(The Cognitive Revolution)

II. 농업혁명(The Agricultural Revolution)

III. 인류의 통합(The Unification of Humankind)

IV. 과학 혁명(The Scientific Revolution)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로운 사람)는 어떻게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간종들이 사라지고도 최후의 인간 종으로 남게 된 것일까?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인 차이를 생각해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도 있다. 물론 저자는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언어'를 말하고 있다. 언어는 '스토리텔링', '뒷담화', '상상'을 담아낼 수 있는 정말 탁월한 도구였다.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알라딘 e-book, 98/1,370쪽)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속에서 살게 되었다."(알라딘 e-book, 123/1,370쪽)

 

피엔스는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왜 가는 곳 마다 다른 종을 멸절시키게 되었을까? 자연의 흐름을 무시한 인간의 탐욕과 자신만을 살아남는 종으로 선택한 것은 아닌가? 또한 저자는 농경생활 이후 수렵채집보다 전반적으로 생활의 질(만족도)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농업혁명에서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괴리는 왜 발생했을까?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알라딘 e-book, 313/1,370쪽)

 

집단 정착생활을 하면서 계층이 분화되고 생산물에 대한 불균형한 자산화가 이루어지면서 결국 계급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렵채집 생활때는 꼭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고 그 소득은 150명이 넘지 않았을 작은 집단내에서 골고루 분배되었다. 하지만, 계급화된 농경정주시대하에서는 아무리 뼈빠지게 노동을 해서 풍성한 수확을 거두더라도 지주의 몫으로 대부분 바치고 나면 늘 배고픈 농노의 생활이 반복되게 된 것이다. 

 

국가(군주)가 종교를 기반으로 경제까지도 독식했던 중세시절, 교회에서는 성경을 들고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던 왕과 귀족(기사)들도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방패와 검을 들고 신세계를 착취하고 노예화 하기 위한 결투(전쟁과 폭력)과 그 영웅담(교황도 식민지의 살상행위를 묵인내지 방조)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겼다. 같은 사피엔스 종 내에서도 다른 종에 대한 멸절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인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510/1,370쪽)

“Cognitive dissonance is often considered a failure of the human psyche. In fact, it is a vital asset. Had people been unable to hold contradictory beliefs and values, it would probably have been impossible to establish and maintain any human culture.(영문판 Vintage, p184)”

 

자유와 평등 같이 양립되기 어려운 모순적 가치가 역설적으로 창의성의 근원이 되고 결국 인간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에 따른 인지부조화는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지나 사실 결국 사피엔스란 인류의 종에게는 핵심자산이었다고 저자는 통찰한다. 

그렇지만 무엇이 정답인지는 내겐 유보적이다. 인지능력(언어, 허구, 상상) 없이 이 지구란 행성에서 자연의 일부로 안분지족한 삶을 살았던 수렵채집 시절인지, 아님 7만년 전 인지혁명을 겪고 현재까지 끊임없이 욕망해온 사피엔스 시절인지. 

 

끝으로 <사피엔스>와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두 권을 소개하며 두서없는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 , (1997)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p35)

사피엔스에 영감을 준 책으로 인류 문명이 총(Guns;무기), 균(Germs;병균), 쇠(Steel;금속)이란 것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처럼 그 그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미래(2018)

인류가 먼 미래까지 살아남는다면 최후의 순간에 우주와 함께 죽지 않고, 다중우주에서 적절한 우주를 골라 거주지를 옮길 것이다. 그렇다. 리의 이야기는 우주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p437~438)

'화성개척, 성간여행, 불멸, 그리고 지구너머의 운명'이란 부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사피엔스의 미래/과학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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