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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이 2000년에 나왔으니 벌써 17년이 된 김훈작가의 대표수필집이다. 2015년 말쯤 나온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와 올 초에 읽은 자전적 소설 <공터에서>에 이어 이버엔 우연히 중고서점서 조우한 세 번째 인연이다.
얼마전 문학동네에서 나온 신판보다, 중고책이지만 (절판된) '생각의 나무' 구판의 이 표지디자인이 더 맘에 든다. 더구나 착한 가격에 새로 자전거도 마련했으니 그처럼 길 위로 떠나고 싶다. 내 두 발로 페달을 힘껏 밟으며 달리고 싶다.
1999년 가을 부터 2000년 여름까지 '풍륜(風輪)'을 타고 전국 산천을 다닐때 그의 나이 50을 갓 넘겼었다. 그러니 나도 그리 늦은 것은 아니구나.
한 해 줄곧 타니 늙고 병든 말처럼 되어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며, 책머리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너스레를 떤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여수 돌산도 - 남해안 - 석영정, 소쇄원, 면앙정 - 광주 - 만경강 - 안면도 - 구례 - 화계 쌍계사 - 강원 고성 - 여수 - 선암사 - 도산서원과 안동 - 경주 감포 - 소백산 - 부석사 - 영일만 - 진도 - 덕산재, 물한리 - 도마령 - 하늘재, 지름재, 조소령, 문경새재 - 관음리 - 양양 선림원지 - 태백산맥 미천골 - 섬진강 - 마암분교 - 암사동, 몽촌 - 잠실 - 여의도 - 조강
그는 전국을 정말 부지런히 다녔다. 그리고 4년뒤 2권에서는 1권의 마지막 조강에서 다시 시작하여 경기도 일원을 달린다.
생각해 보니 자전거가 아니라도 난 참 다닌 곳이 없구나. 첫째가 아기때 갔었던 안면도의 휴양림, 아이들 덕분에 두 번 다녀온 지리산자락 쌍계사와 섬진강, 3년전 둘째 학교의 자연속학교를 1박2일로 따라가 팽목항과 세월호 분향소를 다녀온 진도, 그리고 처가가 있는 문경새재 정도. 내년 버킷리스트에 여수는 꼭 넣어보자. 거기서 듣는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란...
프롤로그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안동 하회마을의 골목길
하회마을 집들은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고 비스듬히 외면하고 있다.
존재의 품격은 이 적당한 외면에서 나온다.
도저히 버릴 수 없느 자신의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삶의 품격.
그래서 마을의 길들은 구부러져 있다.
2017.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