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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나선 스위프트 지음, 이혜수 옮김(을유문화사)
지난 달 과천 책모임에서 발제한 책이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이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후 친구가 번역한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18세기 영문학(영소설) 전공 학자가 제대로 옮긴 것이라 더욱 뜻이 깊다.
"세계의 여러 외딴 나라로의 여행기. 네 개의 이야기. 우선 외과 의사이자 여러 배의 선장인 레뮤엘 걸리버 지음” (Travels into Several Remote Nations of the World. In Four Parts. By Lemuel Gulliver, First a Surgeon, and then a Captain of Several Ships) 이란 긴 제목의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이 세간에 언급되기도 한다.
아일랜드 작가이자 성직자가 쓴 풍자적 산문(a prose satire by Irish writer and clergyman)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와 여행자 이야기(both a satire on human nature and the "travelers' tales")
세상을 바꾸기 보다는 난처하게 하기(to vex the world rather than divert it)
이 작품은 당시 시대의 상황을 풍자한 소설로, 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각색되어 알려졌고, 나 역시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세계명작동화전집에서 소인국과 거인국으로 읽어봤던 게 다 였었다. 1992년 문학수첩에서 나온 무삭제 완역판을 접하고 그동안 내가 알았던 걸리버여행기는 일부에 불과하였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3부와 4부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제작되고, 지금은 그 존재감이 많이 없어졌지만, 1995년 창립된 포탈사이트 <야후(YAHOO!)> 덕분에 그 이름만은 많이 알려지게 된다.
영국에서 초판 출판 당시 편집자가 일부 내용을 수정(삭제)하여 저자와 대판 싸울 정도로 신랄한 현실비판이 돋보였는데, 당시 토리당과 휘그당이 민중들에게는 무관심한 채 왕위계승 등 권력 투쟁을 벌이던 영국 정치계와 이성이 극대화된 과학계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 걸리버는 동시대 영국 소설의 쌍벽을 이루던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1659~1731)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의 주인공과 많이 닮아 있다. 걸리버는 영국 중산층 계급의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병원도 개업했었으나 잘되지 않자 오랫동안 뜻을 품어왔던 항해를 떠난다.
재미있는 것은 1735년 그의 고향이기도 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간된 재판본을 보면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주인공 걸리버의 초상화와 작가의 초상화의 인물 얼굴이 똑같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총 4부작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 선장 걸리버로부터의 편지
• 제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
- 릴리퍼트 기행(A Voyage to Lilliput, 1699.5.4 ~ 1702.4.13)
• 제2부 큰 사람들의 나라
- 브롭딩낵 기행(A Voyage to Brobdingnag, 1702.6.20 ~ 1706.6.3)
• 제3부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 라퓨타, 발니바르비, 럭낵, 글럽덥그립, 일본 등의 나라 기행(A Voyage to Laputa, Balnibarbi, Luggnagg, Glubbdubdrib and Japan 1706.8.5 ~ 1710.4.16)
• 제4부 말들의 나라
- 휴이넘 기행(A Voyage to the Land of the Houyhnhnms 1710.9.7 ~1715.12.5)
1부는 소인국에서 거인의 관점인 걸리버가 인류가 쌓아 온 국가와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운영되는지를 풍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