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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여행기

libros 2018. 8. 15. 23:35

<걸리버 여행기> 조나선 스위프트 지음, 이혜수 옮김(을유문화사)



지난 달 과천 책모임에서 발제한 책이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이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후 친구가 번역한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18세기 영문학(영소설) 전공 학자가 제대로 옮긴 것이라 더욱 뜻이 깊다. 


"세계의 여러 외딴 나라로의 여행기. 네 개의 이야기. 우선 외과 의사이자 여러 배의 선장인 레뮤엘 걸리버 지음”                                  (Travels into Several Remote Nations of the World. In Four Parts. By Lemuel Gulliver, First a Surgeon, and then a Captain of Several Ships) 이란 긴 제목의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이 세간에 언급되기도 한다.

       아일랜드 작가이자 성직자가 쓴 풍자적 산문(a prose satire by Irish writer and clergyman)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와 여행자 이야기(both a satire on human nature and the "travelers' tales") 

       세상을 바꾸기 보다는 난처하게 하기(to vex the world rather than divert it)


이 작품은 당시 시대의 상황을 풍자한 소설로, 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각색되어 알려졌고, 나 역시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세계명작동화전집에서 소인국과 거인국으로 읽어봤던 게 다 였었다. 1992년 문학수첩에서 나온 무삭제 완역판을 접하고 그동안 내가 알았던 걸리버여행기는 일부에 불과하였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3부와 4부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제작되고, 지금은 그 존재감이 많이 없어졌지만, 1995년 창립된 포탈사이트 <야후(YAHOO!)> 덕분에 그 이름만은 많이 알려지게 된다.  



영국에서 초판 출판 당시 편집자가 일부 내용을 수정(삭제)하여 저자와 대판 싸울 정도로 신랄한 현실비판이 돋보였는데, 당시 토리당과 휘그당이 민중들에게는 무관심한 채 왕위계승 등 권력 투쟁을 벌이던 영국 정치계와 이성이 극대화된 과학계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 걸리버는 동시대 영국 소설의 쌍벽을 이루던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1659~1731)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의 주인공과 많이 닮아 있다. 걸리버는 영국 중산층 계급의 5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병원도 개업했었으나 잘되지 않자 오랫동안 뜻을 품어왔던 항해를 떠난다. 


재미있는 것은 1735년 그의 고향이기도 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간된 재판본을 보면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주인공 걸리버의 초상화와 작가의 초상화의 인물 얼굴이 똑같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스위프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영국계 아일랜드인(Anglo-Irish) 유복자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백부의 손에서 자랐다. 더블린 킬케니 스쿨과 트리니티 컬리지를 졸업하였는데, 이후 제임스2세의 왕위 양위와 아일랜드 침공으로 인해 잉글랜드로 이주하였다. 런던에서 전직 외교관이자 친척인 윌리엄 템플 경 밑에서 생활하면서, 배운 고전과 역사지식이 훗날 작품들의 밑걸음이 되었다. 집안 분위기상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으나, 스위프트는 풍자가로서 재능을 발휘하여 종교와 학문에 관한 통렬한 풍자 에세이 <통 이야기(Tale of a Tub)>와 <책들의 전쟁(The Battle of the Books)>을 썼다. 1710년 스위프트는 국민의 복지에 무관심한 휘그 당(*청교도혁명 후 왕정복고로 즉위한 찰스2세 이후 카톨릭 신자인 제임스의 왕위계승에 반대하는 분파. 휘그(Whig)는 스코틀랜드어 "모반자", "말 도둑"이라는 의미)을 떠났다. 토리 당(왕위계승에 찬성하는 분파. 토리(Tory)는 아일랜드어의 "toraidhe"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의미는 "불량" 혹은 "도적"이라는 뜻) 기관지 <검사관(The Examiner)>의 편집장을 지내고 유명한 정치기자가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는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앤 여왕이 다스리던 18세기 어거스틴 시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1726년 발표한 <걸리버 여행기>는 집필에만 5년 이상이 걸렸으며, 파격적으로 과감한 풍자로 가득하여 이후 많은 논쟁거리가 되었다. 
영국 런던의 유명출판업자인 벤자민 모트를 통해 나온 초판본은 출간 즉시 성공을 거두었으며, 3판을 거듭했고 두 개의 신문에 연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교정을 보지 않은 것과 심하게 편집된 것에 대해 스위프트는 불만스러워 했다. 1735년 그의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의 인쇄업자인 포크너가 스위프트 자신이 직접 교정을 본 완성본을 출간하였다. 현재까지도 가장 널리 번역되어 알려진 것도 이 스위프트 교정본이다. 

총 4부작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 선장 걸리버로부터의 편지

• 제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

   - 릴리퍼트 기행(A Voyage to Lilliput, 1699.5.4 ~ 1702.4.13)

• 제2부 큰 사람들의 나라 

   - 브롭딩낵 기행(A Voyage to Brobdingnag, 1702.6.20 ~ 1706.6.3)

• 제3부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 라퓨타, 발니바르비, 럭낵, 글럽덥그립, 일본 등의 나라 기행(A Voyage to Laputa, Balnibarbi, Luggnagg, Glubbdubdrib and Japan           1706.8.5 ~ 1710.4.16)

• 제4부 말들의 나라 

   - 휴이넘 기행(A Voyage to the Land of the Houyhnhnms 1710.9.7  ~1715.12.5)


1부는 소인국에서 거인의 관점인 걸리버가 인류가 쌓아 온 국가와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운영되는지를 풍자한다.

2부는 거인국에서 소인으로 비춰진 걸리버의 시선으로 개개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추악한 존재인가를 풍자한다. 
3부는 학자들의 나라에서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문명과 지적성취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한심한 것인가를 풍자한다.
4부는 가장 이상적인 덕성을 갖춘 말들의 나라를 보여주어 휴이넘과 인간의 추악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인간종족 야후와 대비시킨다.

즉 총 4부작의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영국(유럽)의 인류가 이룩해 왔다고 자부해 온 종교, 정치, 철학, 과학 등 현실 전반을 걸리버의 눈과 입을 빌어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물론 여기엔 다분히 정치적인 목회자였던 저자의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마치 미운오리새끼가 나중에 우아한 백조로 다시 태어난 것 처럼 어릴적 어린이 동화처럼 읽었던 책이 알고보니 어른들을 위한 우화집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니.

이번에 원전을 새롭게 번역한 무삭제 완역본 <걸리버여행기>는 300년전 스위프트가 창조한 현실속 상상의 바다로 다시 나를 손짓하고 있다. 아래 지도에 나와 있듯이 'Sea of Corea' 위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라퓨타'와 그 '코리아'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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