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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대추'
그 후 나는 '비자발적인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덕분에 나의 아침 잠과 저녁의 소소한 일탈의 기회는 거의 소멸되었다.
'움직이는 솜뭉치' 처럼 집안을 털투성이로 만든 '대추'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과 함께 집안에서 키우기 여간 까다롭지 않은 그런 악명이 자자한 '웰시 코기(Welsh corgi)' 견종이다.
대학 2학년때부터 17년간 키웠던 '레오(견종: 닥스 훈트)'를 영원히 떠나 보낸 후, 분가 이후론 처음으로 반려견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도 좋아하니 눈 딱 감고 입양한 녀석인데, 역시나 그 뒷감당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그래도 이 귀염말썽둥이 세째 녀석 덕분에 집 분위기는 한층 밝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어느 날, 회사 일때문에 갔던 망원동 창비(창작과 비평사) 1층 북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이 바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이다.
책 제목부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했는데, 이 책은 잉게 숄(Inge Aicher-Scholl)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Die Weisse Rose)>이란 책에서 제목을 따온 것 같다. '백장미'라는 원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 치하에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싸우다 처형당한 독일 뮌헨 학생들의 저항 조직 '백장미단'의 리더 한스 숄과 누이 조피 숄의 이야기를 그들의 누나이자 언니였던 생존자 잉게 숄에 의해 기록된 책이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르포르타주 스타일의 이야기 전개에 여러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기록한 취재물에 가까운 책이다. 소설같은 픽션의 창작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의 글은 2017년 6월 여름의 초입, 경기도 남양주 외곽의 어느 개 사육 농장을 잠입 취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번식장에서 새끼를 빼는 기계처럼 소모되고, 경매장에서 여러 용도로 팔리다, pet(지금은 애완견보다는 반려견이란 표현을 쓰지만 유기견의 주인들에게는 반려견보다는 소모품과 같은 애완견에 머물러 있으니..)으로서 쓸모없어져 유기견으로 버려져 보호소로 들어오거나 식용으로 개농장/개시장으로 넘어와 생을 비참하게 마감하는 이 땅에서의 개들을 저자는 '동물권'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나에겐 반려견에 대한 추억의 단상이 많이 있다.
예전 어릴적 남산 기슭 중구 필동에 산적이 있다. 학교를 오고 가다 지금의 대한극장 자리에서 동국대 방향의 큰 길 - 충무로 -을 따라 가다보면 '애견샵'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때는 유리창문 너머 갖가지 작은 강아지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고, 한 마리만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부터 우리집에는 자연스럽게 반려견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어릴 적 기억으로는 '캐리'라는 이름의 '복서'가 있었는데 아이를 가졌던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도망갔다(아님 개장수가 잡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동안은 진돗개(우리집의 개는 늘 '캐리'란 이름을 가졌던 것 같다)를 키웠는데, 강아지도 잘 낳고 쥐도 잘 잡고(?) 했는데, 그만 추운 겨울 쥐약을 먹고 죽었다. 그리곤 그 아들이 있었는데, 비록 믹스(잡종)지만 나름 귀여웠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누굴 줬다는데, 아무래도 개장수에게 팔아버린 것 같다.
중간에 역시 아버지가 '아끼다(진돗개와 도사견의 믹스)'란 강아지를 사 오셨는데 몇 일 앓기만 하여 다시 반품(?)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반려견이란 말이 생기기전 애완견 - 말 그대로 좋아해서 완구(장난감) 처럼 갖고 노는 강아지 - 가 아이들에겐 더 친근했던 것 같다.
이후 아파트에 살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엔 반려견을 키울 수 없었다. 그러다 대학 2학년 어느날 밤, 아버지가 가방을 하나 들고 집에 오셨는데, 지퍼를 여니 귀여운 짙은 갈색의 난생 처음 보는 견종의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 때부터 17년간 내 20~30대를 거의 같이 한 '닥스 훈트' 종 친구 이름은 당시 라이언 킹이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사자의 일본 원작 만화 이름을 따서 '레오' 라고 부르게 되었다.
레오가 간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사진 속 처럼 2~3살 무렵의 혈기왕성했던 친구로 내 추억엔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젠 그 자리를 대추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 가면,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 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논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 논쟁은 평등의 문제(소, 돼지, 닭은?), 권리의 문제(누군가의 먹을 권리는?), 문화의 문제(우리의 전통문화는?)로 설명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에 개나 고양이 마저 포함시키는 것과 같은 하향적 평등 보다는 기존 식용 가축에 대해서도 동물 복지 차원의 접근(복지 농장형 축산) 이 바람직 할 것이다. 개가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되나 개고기가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전과 위생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개식용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식용을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문화 상대주의를 존중하면서도 윤리적 보편주의를 견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개.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 같은 국민청원이 줄곧 올라오고 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72632?navigation=best-petitions
그리고 현재 국회에는 ''축산법의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개고기 법으로 금지'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40%가 찬성, 약 50%가 반대로 아직은 개고기에 대한 찬성 의견이 좀 더 높게 나온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한해 8만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하고 있는 이 땅에서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동물권'과 '인권'에 대해 그 가치를 등가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