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ner
저자와 주인공의 전공이 영문학이라 자전적이야기 같고 해서 사두었으나, 왠일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책을 펼치고 1/4쯤 읽다보니 주인공 빌(윌리엄 스토너)에게 푹빠지게 되어 단숨에 읽게 되었다. 남 같지 않아서... 원전을 느끼고자 영문본도 다시 구했다.
1차대전 발발하고 징집에 응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대목도 인상적이었지만, 사이가 좋지 않던 학과장(로맥스) 덕분에 중세르네상스 전공의 고참교수인 주인공이 1학년 작문수업만 내내 맡게 되었을때, 마치 <죽은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처럼 주어진 교재와 수업방식대신 그만의 방식으로 강의를 감행(?)하며 학과장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내 이디스와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에선 안타깝고 또 답답하기까지 한것은 남일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40대 중후반의 빌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삶에 좀 더 진지한 태도가 요구되는 때이다.
마지막 대목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좀 긴 내용이지만 아래에 옮겨 보면)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곳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좀 더 생생해지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What did you expect? he thought again.
A kind of joy came upon him, as if born in on a summer breeze. He dimly recalled that he had been thinking of failure - as if it mattered. It seemed to him now that such thoughts were mean, unworthy of what his life had been. Dim presences gathered at the edge of his consciousness; he could not see them, but he knew that they were there, gathering their forces toward a kind of palpability he could not see or hear. He was approaching them, he knew; but there was no need to hurry. He could ignore them if he wished; he had all the time there w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