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책모임에서 발제자가 정한 책이었는데, 간만에 접한 독특한 소재이면서 평소 가끔씩 타는 자전거라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레싱 박사는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역자학자 입니다. 게다가 저명한 자전거 전문가 입니다. 이런 저자의 책답게 유럽 위주의 자전거 발달사를 엔지니어이자 역사가로서 흥미롭게 써나갑니다. 게다가 부제와 같이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치마에서 바지로의 의복 변천사와 여성해방을 연결지은 관점도 신선합니다.
하이휠에서 페달식 세 바퀴를 거쳐 로우휠에 이르기까지, 벨로시페드의 세분화와 발전은 모두 이들의 공이었다. (103P)
-알라딘 eBook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중에서
자전거 전문가 답게 자주 언급되는 자전거 부품들의 명칭이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줄곧 읽다보니 어느덧 친숙한 이름들이 되었습니다.
특히 볼 베어링, 튜브 프레임, 할로우 포크, 케이지 페달, 할로우 림, 탈부착이 가능한 핸들 같은 것이 대표적인 혁신 기술이었다. (같은 책, 105p)
그리고 간간이 - 저자가 재미없는 독일 학자라 그런 건 아니겠지만 - 등장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빠질 수 없겠죠. 19세기 미국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마크 트웨인은 자전거에 대한 에피소드조차에서도 그의 촌철살인적 유머코드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로 자신의 자전거 수업을 이렇게 묘사했다. “항상 푹신한 것 위로 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많은 이가 깃털 침대를 권하지만, 나는 전문가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이 말은 내릴 때 여러 번 자전거 선생님에게로 넘어졌다는 뜻이다. (같은책, 106p)
평등의 상징이 된 자전거의 역할도 프랑스대혁명(1789)과 러시아혁명(1917)에 견주어도 결코 작지 않겠습니다. 너무 과장된 표현같지만요.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자전거에 얽힌 뒷이야기도 마치 영화속 한 장면을 떠올리듯이 흥미롭습니다.
자전거에 견줄 만한 사회 혁명은 없다. 바퀴 위에 앉은 인간은 기존의 수많은 공정과 사회생활의 형태를 바꾸었다. 자전거는 평등의 상징이다. 모든 미국인이 자전거를 타게 된 이후 마침내 만인 평등의 위대한 원칙이 실현되었으니까 말이다. (같은책, 141p)
자전거는 소리를 내지 않았으므로 특히 정찰병과 전령들이 많이 이용했다. 바이에른 연대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 아주 특별한 전령이 있었다. 세계사를 뒤흔든 화가 아돌프 히틀러였다.(같은책, 216p)
요즘 가까운 근교용 인기 있는 자전거 종류인 미니벨로의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인 몰턴(Moulton)에 얽힌 중요한 역사적 의의도 알고 나서 다시 그런 자전거를 타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미니벨로계의 롤스로이스급 가격대라 근시일내 탈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하지만 서스펜션이 있으면 바퀴가 줄어들어도 승차감이 좋고 오픈 유니섹스 프레임과 결합하면 조작하기 쉬운 미니 자전거를 만들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었다. 1962년 몰턴 미니Moulton Mini가 탄생했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빵빵하게 공기를 집어넣은 20촐 크기의 작은 바퀴는 큰 바퀴 못지않게 잘 굴러갔고 서스펜션이 딱딱한 승차감을 완화시켜주었다. 라레이 사와의 협업을 잠시 고민했지만 몰턴은 자신의 우아한 공장에서 직원 몇 명을 거느리고서 2012년 눈을 감을 때까지 자전거를 제작하고 개발했다. (같은책, 226p)
간간이 자전거를 탑니다. 봄날은 봄날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자전거 타는 맛이 다릅니다. 그건 철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풍광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 라이딩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벌써부터 친구들과의 다음 라이딩이 기다려 집니다. 그리고 가성비에 혹해서 저렴하게 산 지금의 Hybrid 자전거를 더 길을 들이면서 탈지, 아님 MTB 나 ROAD로 과감히 선수교체를 할지 벌써부터 살짝 고민이 되는군요.
참, 이책을 읽으면서, 아니 읽고 난 후, 가장 극적이고 인상적으로 내게 다가온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건 독서모임 발제자 자신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인생 2막을 자전거점 사장님으로 변신한 것 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생활로 하는 것은 분명 다르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용기있는 결단과 실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언제 얘기한 대로 그의 가게에 가서 소주 한 잔 해야 겠습니다. 물론 자전거는 집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