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 彼の巡礼の年
Colorless Tsukuru Tazaki and His Years of Pilgrimage
“그 일이 일어난 것은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그리고 그 여름을 경계로 다자키 쓰쿠루의 인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불과 20년의 삶을 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오게 한 고교시절 고향 나고야의 절친들과의 결별-정확히 말하자면 결별을 통보받음-을 통해 주인공은 약 반년이 넘는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그로 태어난다.
이 소설을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하고 상징적인 소재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는 색채(color) 이다.
그가 고교시절 함께 했던 절친들은 모두 이름에 색채를 의미하는 글자가 있었다.
아오(青), 아카(赤), 구로(黑), 시로(白)
그러나 주인공이자 화자 다자키 쓰쿠루(多崎つくる)의 이름에는 색채가 없다. 여기서 이들간의 캐릭터와 이야기 설정이 시작된다.
두번째는 음악(music) 이다.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곡 <순례의 해> ‘제 1년 : 스위스’ 중 8번째 곡 향수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 (Lazar Berman)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Y-oZPh3LzNg
이 책은 그 제목에서부터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입니다.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 1년, 스위스 편에 들어 있습니다.”
“르 말 뒤?”
“Le Mal du Pays 프랑스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향수라든지 멜랑콜리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더 자세히 풀자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이유 없는 슬픔’.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중략)
“기교적으로는 심플하게 보일지 몰라도 꽤 표현하기 어려운 곡입니다. 악보대로 그대로 치면 재미도 없고 별 것 없는 음악이 됩니다. 반대로 자기 해석이 너무 강하면 싼 티가 납니다. 페달을 밟는 것 하나만으로도 음악의 느낌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이건 어떤 피아니스트지?”
“라자르 베르만. 러시아 피아니스트로 섬세한 심상 풍경을 그리는 것처럼 리스트를 연주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기교적이고 표층적인 것이라고들 생각합니다. 물론 그 중엔 그런 트리키한 작품도 있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그 안에는 독특한 깊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장식으로 교묘히 숨겨져 있습니다. 특히 이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이 그렇습니다.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에서 리스트를 제대로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나마 최근 인물이라면 이 베르만, 더 오래된 사람이라면 클라우디오 아라우 정도일까요.”
고독한 샐러리맨의 오징어 냄새나는 망상소설(孤独なサラリーマンのイカ臭い妄想小説) 이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본편보다 재밌는 서평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책 이다.
타자키 쓰쿠루는 고교시절 시로(白 )를 강간했다는 이유로 절친 5인조 그룹에서 갑자기 퇴출을 통보받은 후, 사람을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늘 그는 고독하다.
용무가 없는 한 다른 사람과 말하지 않고, 혼자사는 방에 돌아오면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어, 죽음에 대해 혹은 생의 결함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한다. 그의 앞에는 검은 웅덩이가 크게 입을 벌리고, 지구의 중심까지 곧바르게 통해있다.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딱딱한 구름이 되어 소용돌이 치는 허무이며, 들리는 것은 고막을 압박하는 깊은 침묵이었다.
그러나 사회생활 하면서 사귀게 된 사라라는 여자친구와 인생을 함께 하고 싶어 그녀의 권유로 고교시절 5인조 친구들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을 찾아간다.
멋드러진 글귀와 분위기, 적절한 시점 등장하는 음악과 술.
20대 초반 열풍과 같던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뒤, 작년 <기사단장 이야기>가 고작 두 번째 완독 작품인 내게, 하루키의 글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때론 그가 기교와 멋부림에 강박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을 피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의 글에는 대단한 흡인력이 있다. 그것은 그 기교와 멋부림의 대상과 글을 읽고 있는 나와 같은 독자의 동일시 하고 싶은 마음을 그가 너무나도 잘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직장이 있든 없든 적당히 여유로운 중산층의 삶을 살 수 있고, 멋진 여자(이성친구)를 만나고, 같이 음악을 들으며 맥주나 와인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대부분 독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최근 영화로 개봉된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쇼맨, 엔터테이너이자 기업인 PT 바넘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We've got something for everyone.)"
하루키는 바넘효과(Barnum effect)와 그 역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